깔끔 살림 - 커피포트 세척하기.
커피포트가 우리 집으로 주소 이전을 한 것이 15년이 좀 안 되니까
우리 집 살림 도구 중에서는 거의 막내뻘이다.
현대의 농,어촌처럼 고령인구의 살림 도구로 가득 찬 우리 집에서는
모두가 조금만 힘든 일이 있으면 우선 커피포트를 찾는다.
젊은 이, 커피 물 좀,
젊은 이, 라면 끓일 물 좀,
젊은 이, 도마, 칼 소독할 물 좀,
젊은 이, 씽크대 소제 마무리할 물 좀, 젊은 이, 젊은 이, 젊은 이.
이러다 우리 집 커피포트 과로사할 지도 모르겠다.
한 달여 쯤 지나 안을 들여다 보면 바닥에 검게 다크써클이 생겨있다.
안쪽 몸 피부도 누렇게 황달이 들어있다.
쯧쯔...얼마나 피곤하면... 안마라도 해주어야지
안쓰러운 마음에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더 부려먹으려는 주인의 영악한 마음에
맛사지라도 해줄 양이면 얘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남의 손 닿는 것을 죽어라 싫어한다.
젠장, 손이 닿아야 안마를 해주든가(대외용) 더 써 먹든가(내부용) 하겠는데...
"야, 너 이렇게 니 몸에 손도 못대게 하면 조기 퇴출 시킨다" 주인의 으름장에
"그럼, 손 대지말고 피로 회복제로 이것 하나 사주세요"
바보, 주인의 속셈도 모르고, 자신의 피로에 특효라는 영양 강장제를 알려 주었다.
커피포트는 구조상, 속을 씻기가 참으로 불편하다
손이 잘 안 돌아가니 힘을 주어 씻어도 물 때가 남아 있는 일이 많다.
몸통 벽이 물 때로 누렇게 변색되어 있을 뿐 아니라
바닥에 토성의 얼음 고리를 닮은, 물의 석회성분이 갈아 앉아 생긴 검은 테두리가 생겼다.
물 때를 없애기 위해 식초를 붓는다.
나는 음식 조리시에는 천연식초를(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)
그릇, 씽크대등 소독에는 비교적 저렴한 양조식초를 따로 사서 사용하고 있다.
사용양이 많아 가끔 대용양을 사서 덜어서 쓰고 있다.
우리 집 커피포트는 1.8리터 짜리인데, 가득 부우면 2리터까지도 들어간다.
식초를 400~500 미리리터 쯤 붓는다.
즉 전체 용량의 4/1 ~ 5/1 정도 식초를 붓는데 더러움의 정도에 따라 양을 가감한다.
물을 가득 붓는다.
끓을 때 넘치지만 않을 정도로 충분히, 주둥이 걸름망까지 끓는 물이 닿을 정도로 붓고 끓인다.
속이 많이 더러울 때는 물이 다 식고 난 후, 다시 한번 끓인다.
끓인 물을 개수대에 고루 뿌리면 개수대 소독도 된다. 일석이조다.
끓인 물을 버리고 두번 냉수를 넣고 끓여, 식초냄새를 없앤다.
설명은 장황했으나 실제 과정은 무척 간단하다,
1. - 식초와 물을 넣고 끓인다.
2. - 끓인 물을 버리고 냉수 넣고 끓인다.
간단한 과정을 거치면 결과는 명료하다. 즉 사진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고 깨끗해진다.
십년 묵은 체증 내려가듯 속이 시원해진다.
커피포트 바닥이다. 다크써클이 없어졌다.
만일 물 때가 남아 있으면 세제로 한번 닦아준다.
누렇던 걸름망도 깔끔해 졌다.
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던 몸의 황달도 말끔히 사라졌다. 그 새 마의(馬醫)가 다녀갔나?
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. 안을 씻는 김에 겉도...
끓인 식초물에 세제를 약간 풀어 겉도 닦아 주었다. 개수대도 닦고...
마지막에 냉수를 끓인 물을 부어주면, 개수대 청소 소독은 더움
적은 수고, 기~인 휴식, 룰루랄라 ♪.